꿈꾸는도서관에 오신것을 환영합니다.

소원을 말해 봐 서평

작성자 : 나날이 / 작성날짜 : 2021년 11월 08일

들어가기

 

책고래에서 예쁜 책이 나왔다. 유년의 기억을 들춰 내 달달한 언어로 엮어낸 책이다. 은행에 오랜 시간 근무하다가 동시 작가로 등단한 이수경님의 동시 묶음집이다. 사소한 일들을 유려한 언어로 담아내고 있다. 아이들의 마음에 속 들어가 그들의 색깔을 언어에 담아내고 있다. 마음이 따뜻해지는 언어들이다. 언어에 고운 마음들이 가득하다.

 

내용 읽어보기

 

61 편의 운율이 들어있는 언어들이다. 부모님의 이야기가 있고, 학교의 이야기도 있다. 자연 사랑의 이야기도 넘친다. ‘소원을 말해 봐!’ 제목이 표현해 내는 의미도 아이들의 마음이 잘 드러난 글귀다. 꿈을 꾸고 그것을 마음에서 키우는 이야기들이다. 정교한 언어와 섬세하고 맛깔스런 표현이 우리들의 언어적 미감을 자극한다. 읽은 이들의 미소를 만들어낸다.

 

안 좋은 직장에서

돈 벌어

 

우리 식구

먹여 살리는 아버지

 

쇳물 뚝뚝 떨어지는

뜨거운 공장에서

새벽까지 일하는

조그만 아버지

 

안 좋은 직장이라서

더 고마워요

-더 고마운 아버지

 

가족을 위해 어려운 일을 마다하지 않으시는 아버지의 마음이 드러난다. 가족을 향한 사랑이 갖은 노력으로 일터에 머무는 아버지의 모습이 되고 있다. 비록 힘겨운 일터지만 힘겨움을 모르는 것은 식구들에 대한 애정 때문이리라. 그 아버지에 대한 지적 화자의 따뜻한 시선이 그려져 있다. 고마운 마음이 들어 있다.

 

여섯 살 때부터/ 배 타고 통영 나갔던/ 섬 아이/ 내게/ 배는 우습지만/ 버스는 무섭다// 그래서/ 내일 버스 타기/ 연습 간다/ 분교가 폐교되면서/ 통영으로/ 학교를 다녀야/ 나는 내게// 버스가 잘 좀 봐줬으면 좋겠다

-처음 버스

 

분교가 통폐합 되던 때의 흔적이 그려져 있다. 저 출산의 문제가 학교의 통폐합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아이들이 멀리까지 학교를 다녀야 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시적자아는 어촌에서 배와 함께 자라는 아이다. 그런데 섬의 학교가 사라지면서 도시의 학교에 다녀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도시의 질서에 힘겨워 하는 모습이 담겨져 있다. 버스를 타는 일이 배를 타는 일보다 너무나 힘이 든다. 익숙하지 않은 일이 힘겨운 아이는 버스가 자신을 좀 봐줬으면 좋겠다는 애교 섞인 말을 하고 있다. 따뜻한 아이의 마음이 잘 드러난다.

 

시골 할머니는/ 아버지에게 자꾸/ 미안하다 하신다// 고생시켜 마안하고/ 돈 없어서 미안하고/ 줄 게 없어 미안하고// 못해 줘서 미안하고/ 못 먹인 것 미안하고/ 어린 것에게 일만 시켜/ 다 미안한 할머니는// 꾸부렁한 허리/ 자꾸만 굽죄인다.

-미안한 마음

 

할머니의 자식들을 향한 미안함을 표현하고 있다. 지난 시절에는 자녀들이 재산이라고까지 했다. 그 말은 자녀들이 노동력이 되는 상황을 만들기도 했다는 말이다. 아마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일을 시키면서 애틋한 마음을 지녔으리라. 내 지난 기억을 떠올려 보니 일이 무척이나 싫은데 해야 했던 기억이 있다. 그래서 부모님들이 시키는 일을 빨리 해결하고 놀러 나갔던 기억을 가지고 있다. 부모님들이 자식에게 시키고 싶어 일을 하도록 했겠는가? 보릿고개 시절, 먹고 살기 위한 지난한 마음이었으리라. 그 부모님들의 마음을 애처롭게 갈무리하고 있다.

 

달보드레하고, 달콤새콤하고

새곰하고. 시그무레하고

씁쓰레하고, 알짝지근하고

매움하고, 떠름하고

 

나무마다 향기

모두 달라도

 

생강하누, 자귀나무

고추나무, 솔보득이

껍질 속 제 향기

제 빛깔로 꽃피우지

 

우리들도 그렇지

다른 모습, 다른 향기

나답게 꽃피우지.

-향기

 

나무들이 각자의 색깔을 지니고 있듯이 사람들도 모두 각자의 개성을 가지고 있다. 사람들의 개성을 향기라는 말로 치환하고 있다. 향기가 어떻게 나는가는 그 사람의 삶이 결정할 일이다. 좋은 향기가 나는 사람이 되었으면 한다.

 

우리말은 감각적인 언어가 발달해 있다. 그래서 느낌과 색상을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다. 이 시에서도 감각적인 언어의 묘미가 잘 드러나 있다. <푸르다, 파랗다. 파르스름하다. 퍼렇다. 시퍼렇다> 등 감각적인 언어의 발달은 우리의 감각적인 표현의 한계를 넓힌다. 언어가 맛깔스럽게 나타난다. 이 시는 그 느낌을 잘 살려주고 있다. 그것은 지극한 향기가 되고 있다.

 

돌아가신/ 엄마 얘기하면/ 오학년 언니는/ 다른 델 쳐다봐요// 저와 눈을/ 안 맞춰요// “울려고 그래, 언니?”/ 물으면/ “아니야.”/ 대답하고는/ 텔레비전 틀거나/ 너스레를 떨어요// 그럼 저는/ 막 웃어요.// 우린 둘 다/ 연기파예요

-연기파

 

어려서 돌아가신 어머니에 대한 서러운 기억을 떠올리고 있다. 언니는 그 슬픔을 애써 외면하고 있고 시적자아는 과장된 너스레로 슬픔을 포장하고 있다. 그렇게 잔소리를 많이 했어도 어머니의 부재는 아이들에겐 지난한 슬픔이 된다. 그 슬픔을 감추려는 아이들의 애씀이 오히려 서늘한 아픔이 되고 있다.

나가기

 

이런 다양한 언어의 빛깔들이 61편이나 적혀져 있다. 각 편들이 작지만 따뜻한 빛깔로 드러나고 있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만날 수 있었던 내용들이 소재가 되어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모습으로 나타난다. 아이들이 읽으면 부모님 세대에 대해 조금쯤 인지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리라 생각된다. 고운 마음들, 따뜻한 시선들, 맛깔스런 리듬들 모두가 이 책을 퉁해 우리가 만날 수 있는 것들이다. 우리들의 소원은 우리들의 삶 그 자체가 되리라 생각된다. 우리의 삶이 조금 더 넉넉했으면, 조금 더 긍정의 빛깔이 되었으면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예쁜, 아이들에게 읽히고 싶은 글들을 만났다. 감사한 읽기가 되었다

0개의 댓글

댓글 작성

작성된 서평의 댓글 작성시 10 point가 추가됩니다. *